10여 년 전 전부터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공교육 내에서 새로운 교육적 시도가 다양하게 일어났다. 각자 입장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어떤 흐름보다 기대감도 있었고 이전과 다른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이 줄을 이었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기도의 남한산초등학교와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 영향력이 컸다. 이전까지 자기 교과와 교실에 머물러있던 시도들이 협력적 구조로서 학교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하향식 행정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의 자발적
이즈음 산속에 있는 토굴 같은 집이 참 좋다. 갖가지 푸성귀도 풍성하고, 이런저런 꽃이 피어 있으며 시원하기조차 하다. 낡은 대나무 의자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멍해지며, 그야말로 멍 때리는 기분에 젖어 든다. 요즘처럼 폭우가 잦은 날이면 잠시 비가 갠 사이로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앞산을 온통 덮는 풍경을 보며 아, 구름 속에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한다. 호사스러운 기분에 빠져들며 이런 황홀경 속에 살아도 되나, 싶을 만큼 흥겹기도 하다.산속에 돌집을 지은 지가 꽤 된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도 하지만 가족의 지인
지난 6월 28일 오전 사무실에 남정동공원에 어린이체육관이 들어선다는 제보 전화가 왔다. 관련 기사를 쓴 지 한 달 열흘만이다. 전화 건 이는 이 사업을 최근에야 알았고, A4 5장이 넘는 글로 시청에 민원을 넣었단다. 그 글에는 남정동공원의 소중함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 5월 취재했던 반투위 어르신들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남정현대아파트 소장님께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쭸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시가 주민 설명회와 반투위 면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더 이상 반대명분이 없어진 반투위가 해체하게 됐다는 거다. 투쟁에서 얻은 것
[편집자주] 파아란(破我亂), ‘나의 관성을 부수고 난장을 세워보자’는 외침을 들어본다. 희망은 부서짐에서 시작되므로, 앞날은 비 갠 하늘만큼 파아랗다. 100인의 파아란 외침을 공개 모집한다.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보장된 임신 중지에 대한 연방헌법 상의 권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에서 임신 중지 권리 보장은 주 정부 및 의회의 권한이 되었다. 26개 주에서 임신 중지를 금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이다.해리스 미 부통령은 그동안 연방
근래 순천의 원도심은 낙후와 쇠퇴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천여 년 전에는 연향이나 신대지구처럼 신도시로 건설되었고, 오백여 년 전에는 성곽을 석조로 개축하고 옹성을 만드는 등 도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백여 년 전에는 선교사들이 병원, 학교, 교회 등을 지어 근대 도시로 변화했고, 집단 철도 관사가 들어서면서 도시가 넓어졌다. 그리고 A지구, C지구라는 수해복구주택 단지가 간선도로와 함께 조성된 것이 우리가 아는 원도심의 크고 작은 조각들이다.1988년 정부의 200만호 주택 건설 발표 이후 1989년 순천은 계획 인구
내 나이도 어느덧 이순(耳順)에 가까워지고 있다. 공자께서는 이순은 귀가 순해져서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 하셨다. 60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평생을 장애인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요즘 가끔 사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타인들의 시선폭력과 차별의 언사(言辭)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 그런데 언제부터 장애인이라고 비하(卑下)하는 말과 놀림에서 초연해진 것일까? 아니 사실은 지금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을 오르면 하늘이 다르다. 산 아래에서 보는 구름과 산꼭대기에서 보는 구름은 모양이 다른 만큼 느낌의 차이도 크다. 산 아래의 먹구름은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지만, 산꼭대기에서 내려보는 운무는 포근한 솜이불처럼 보송보송하다.보는 시간과 위치에 따라 자연이 다르게 보이듯 사회도 마찬가지다.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파트 건설 사업도 시간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봉화산을 파헤치는 자연 파괴적이고 반서민적인 사업이라고 대놓고 반대한 사람이 근래에는 순천에 아파트가 부족하다며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고 내놓고 외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상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망해가는 나라를 민중이 일으켜 세운 과정의 반복이다. 일제 침략으로 나라가 망하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3.1 만세운동을 일으켜 일제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였고 이는 향후 민족 독립과 항쟁의 불씨가 되었다. 해방 후 이승만 독재와 부패로 나라가 흔들릴 때 젊은 청년학도들이 피 흘려 4.19 혁명으로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늙은 노인을 멀리 추방하였다. 박정희 군부독재가 악독해지자 부마항쟁과 10.26을 통해 그를 제거하였다. 전두환 군부가 다시 시작되자 80년 5.18 광주항쟁과 87
거대양당 구도로 인한 모든 폐해의 근본으로는 단연코 지역갈등을 꼽을 수 있다. 기성정치인들이 겉으로는 지역갈등 해소를 입에 달고 살지만 마음속에는 지역갈등 조장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한 번 잡은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패권이 얼마나 유용한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그러면 지역갈등을 이용한 갈라치기와 나눠먹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한마디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권에게 맡겨서는 불가능하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어지럽히는 이슈를 만들고, 진영논리와 대결구도를 펼쳐서 언론이 호도하면 선거결과는 또다시 거대양당이 지역별로 싹쓸이를
여느 때처럼 오월이 다시 돌아왔다. 산천이 완전히 푸르게 물드는 이때가 오면, 주변에서는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보답이라도 하듯 지역에서는 5·18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의 준비가 분주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오월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오월정신에 대해 설명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그저 말이기만 하면 그것이 진리여도 의미가 없다. 그 정신이 진정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들 삶에 대입이 되어야 하며, 자신의 언어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오
5월인데 날씨가 유별나다. 푹푹 찌는 하늘이다. 겉보기에는 선거 열기 또한 뜨겁다. 하지만 6.1 지방선거는 한물갔다. 공식 선거운동이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더운 날 김 빠진 맥주 같다.순천시장 유력 후보 둘의 공약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거기서 거기다. 둘 다 관광에 의료에 경제에 복지에 힘을 준단다. 거기다 누가 돼도 민주당 그물 안이다. 서로 민주당 명패 달고자 아귀다툼을 벌인지 엊그제다. 다른 건 오직 줄 선 사람들뿐이다. 이쪽 사람이 하든 저쪽 사람이 하든 할 것은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다.그러니 이번 시장 선거를 두고 말
지난 18일, 민주당 전남도당 공관위는 지방선거의 순천시장 예비후보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 8인 중에서 허석, 손훈모, 오하근, 장만채 후보가 2차 경선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배제된 후보들이 결과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지역 정가가 큰 혼란과 잡음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판의 표적은 불가피하게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소병철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다.컷오프 발표 직후에 김영득 후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위원회의 사무국장 선정, 보좌진을 이용한 공작 정치, 지역의 원로 정치
어찌하여 너는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는냐?...위선자여, 먼저 내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7장 3~5절인간은 하나같이 독선적이고 위선자라는 오래된 진실이 있다. 나만은 내로남불 하지 않는다고 자만하지 말라. 오히려 자신이 영리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큰 들보가 눈 안에 있으니.먼저 인간이 위선자가 쉽게 되는 까닭은 이렇다. 척추동물은 뇌 크기에 따라서 사회집단의 크기가 정해진다(던버의 수, 인간의 경우 약 150명) 그러나, 인간이 점점 더 큰 집단을 이루
옛날에 매우 성공한 다섯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재력, 권력, 정보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세상 누구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다수가 그들을 우러르고 숭배하였다. 그들의 뜻은 세상을 지배했고, 그들의 옷차림은 곧장 유행을 낳았고, 그들의 행동과 태도와 기호가 대중이 모방하는 기준이 되었다.그런데 어쩌다가 그들이 함께 똥통에 빠져버렸다. 똥통은 아주 깊고 지독했으며 쉽게 나올 수 없었다. 수 시간 죽을힘을 다해 겨우 기어 나올 수 있었다. 나와서 여러 번 목욕을 했다. 온갖 탈취제와 향수를 써서 반복해서 씻어냈다. 그런데
숨이 가쁘다. 숨 돌릴 틈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요즘에는 여론 조사에 응할지 말지, 이 후보인지 저 후보인지까지 더해진다.순천지역 현대사에서 최고의 선택은 순천만 습지를 개발할 것인가 보존할 것인가였다. 순천 시민의 자랑인 순천만 습지가 있었기에 두루미가 날아오고, 생태수도라는 말이 생겼으며, 순천만 국가정원도 존재 의미가 있다.이 바쁜 선거철에 어찌 한가하게 옛날얘기를 들먹이냐는 핀잔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순천의 상징, 순천만이 썩고 있단다. 대대마을에서 수십 년째 살고 있는 서근석 선장이 증언했다.처음
대통령이 바뀌었다. 중앙집권적인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교육정책은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되었던 교육 정책을 뒤집는 발언이 슬슬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교과선택권을 보장한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인데 유예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25년 일몰을 결정한 자사고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서열화를 우려하여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본조사로 진행하였는데, 전수조사로 바꾼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교육자치가 중요하
교육부는 2월 7일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새로 바뀌는 학사운영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따라 비상 상황 발생 시 지역과 학교 중심의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학교별로 비상조직체계 구축 및 자원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연속성계획(BCP)을 2월에 수립하였다.2년 전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지금까지 교육부가 보여주었던 모습을 보면 이번 발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시 학교 현장에 유행했던 말 중에 하나가 ‘네이버 공문’이다. 코
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했다. 86%의 절대적 지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전남인 대부분은 허탈해한다. 성공의 이유는 단순하지만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다. 성공하면 모두가 즐거우니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지만 실패하면 다른 곳에 화살을 돌려야 하니 이유가 넘친다.이번에 민주당은 왜 대선에 졌는가? 그 이유는 명료하다. 굳이 조국의 내로남불이나 부동산문제가 아니더라도 민주당도 국힘당 못지않은 적폐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적폐이기 때문이다. 80년대 민정당 시절엔 민주화나 서민을 위한 나름의 역할로
봄과 함께 두 개의 좌절이 닥쳤다. 고 김학수 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삶에는 생과 사가 함께 있다고, 어쩔 수 없다고 또다시 일깨우는 날벼락이었다. 또 이전과 달리 20대 대통령은 국민 절반의 좌절을 안고 뽑혔다.역사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물길을 만들고 흘러가는 무정함이 있다. 곧 '자연은 어질지 않다'는 천지불인의 당연함 속에 희망이 숨겨져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되새긴다. 희망이란 현상의 객관적인 분석에서 첫걸음을 내디딘다.순천시의 대선 투표 결과를 살펴본 김상준 기자의 분석 기사는 현재의 우리를 들여다볼 수
겨울을 이기고 봄이 왔다. 마음이 뻥~ 뚫려버린 사람이 너무 많다. 20대 대선 때문이다. 그런데 패배한 정치인은 유권자를 위로하고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지방선거에 대한 홍보성 문자를 쏟아내고 있다.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지 않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그동안은 유권자와 후보가 '뭘 하겠다’ ‘뭘 주겠다'는 식의 도구적 관계지향성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니 패배하면 자학하고 반성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순천의 정치는 자학도 반성도 없다. 긍정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유쾌함이 사라졌다. 이게 더 문제다20대 대통령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