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은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늘 그리워했던 정겨운 고향과도 같은 풍경이다. 야트막한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과 그 앞에 넓은 들, 들 사이를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 갯벌, 너른 갈대밭,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섬들. 순천만습지공원에서 용산전망대까지 이르는 길에서 이 모든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그 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섣부른 개발보다는 보전에 무게를 둔 정책으로 전환을 이끌었던 시민과 지방정부의 결단과 협력이 빚은 역사의 산물들이다. 멸종위기 조류와 갯벌저서동물, 염생식물 등 다양한 생물종이 풍부하여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물
100년 전, 주민들의 힘으로 학교를 세웠다. 남쪽바다 작은 섬 바닷사람들은 자식들의 배움터를 만드는 일에 직접 땅을 고르고 돌을 날랐다. 1922년, 마을 뒷산 서당솔밭에서 옛것과 새것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던 학동(學童)들을 위해 섬 어른들이 사재(私財)를 털어 학교가 만들어졌다. 부산, 인천, 목포, 여수, 일본 근해까지 어장을 부리던 여수 손죽도 바닷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일찍 접했기에 학교는 후대를 위한 절실함이었다. 1923년 3월 30일 4년제 사립 손죽보통학교가 최초로 인가되어 개교했다. 1936년 6년제 손죽사립심상소
작년 7월 20일 '여순사건10·19특별법'이 공포되었고, 12월 13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령(안)”의 입법예고가 끝났다.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되기 10일 전에야 순천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가 한번 열렸다. 10·19사건 특별법이 2022년 1월 21일에 시행되기 때문에 시행령의 제정은 무척이나 급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 시행령에서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과 간사 및 사무직원에 관한 사항
산업화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해 오던 교육의 기능이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금까지 교육은 성적과 입시를 통한 선발, 직업과 고용이라는 출세의 수단에 가까웠다. 최근에 등장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 성장’이라는 구호가 옳기는 하지만, 학생을 지식전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 활동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반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떤가? 기존 직업의 총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의 위기와 무관하게 누군가 끊임없이 물건을 소비하고, 시장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자본주의가 끝없이 성장한다면,
지난 11월 5일, 우리 학교 3학년 전체 학생들이 순천의 한 영화관에서 ‘태일이’ 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12월 1일 개봉 예정이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개봉 전 특별 상영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였다.고 전태일 열사를 학교에서 처음 접하게 된 건 역사 수업 때였다. 역사 교과서에는 1970년 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한 문장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을 펼친 순간 고 전태일 열사에 대해 관
“농민은 우리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공직자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에게 공언한 농업에 대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고는 100대 국정과제 중에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5년 임기 중 몇 달 남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에 농업·농촌·농민은 그림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최근 요소수 사태로 국가가 휘청일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없어서 요소수 파동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값싼 수입산에 의존하다가 보니까 국제적 수급 불안정이 국내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힌 것입니다.여기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의 삶터와 일터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에서 노동자, 농민, 서민, 빈민, 학생, 청년, 중소영세업자에게는 고스란히 피해가 발생하여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일이 하나둘인가?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참으로 이상하다. 장사가 잘 된 멀쩡한 지점을 뻥튀기해서 따로 팔아 넘긴다. 그리고 장사가 잘 되지 않은 지점은 안된다고 팔아 넘긴다. 말그대로 악질 투기자본이다. 이게 어찌 회사인가? 홈플러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민주노총 총파업대회가 열리던 지난 20일, 고 홍종운 학생을 추모하는 리본을 달고 대회에 참가하였다.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실습을 폐지하라!” “안전한 노동권을 보장하라!” 고 홍종운 군의 죽음은 노동자와 노동자가 될 어린 학생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불러온 참사였다. 안전장비도 없이 혼자서 잠수작업을 하도록 방치된 고등학생이 어두운 바닷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고 홍종운 군의 부모님과 가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슬프고 원통할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국가보안법폐지 전국대행진단(이하 대행진단)이 10월 5일 제주평
전라남도의회는 지난 9월 10일 신민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라남도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 및 연구활동 지원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이 조례는 전남에 남은 일제 잔재 청산과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식민잔재 실태조사, 식민잔재 청산연구, 일제식민잔재청산활동위원회 설치, 식민잔재 청산활동에 필요한 재정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1948년 친일파 청산을 위해 창설한 반민특위가 친일세력을 등에 업은 이승만에 의해 단 한 명의 친일파도 처단하지 못한 채 강제로 해산되었다. 이후 현대사는 흑백이 바뀌어 왜곡으로 켜켜이 쌓인
지금 당장 수서행 KTX 운행이 가능합니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낭만과 추억을 떠올리는 교통수단하면 철도를 얘기할 겁니다. 거대한 장치산업인 철도,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국민의 발을 자임하는 철도,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어내는 철도,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공사이기에 가능했습니다.1997년 IMF을 통하여 철도산업이 전면 개방되면서 자본과 권력, 정치권의 희생양으로 이용되면서 끊임없이 철도민영화가 시도되었지만, 국민들이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3년에 철도경쟁체제라는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의 강연을 듣고지난 7월 19일, 짧은 장마로 인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순천 YMCA 3층에서 순천언론협동조합 강성호 이사장과 조합원 그리고 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강연을 들었다.이날 순천언협에서는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를 ‘지역신문의 새로운 길: 시민의 삶과 친밀한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부득이 Zoom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이날 이 대표는 고양신문의 운영 현황 소
‘송평인의 칼럼’에 대한 논박 ‘여수‧순천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10‧19특별법)이 2021년 6월 26일 여야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유족들과 지역사회는 물론, 관심있는 많은 국민들이 환영하고 기뻐하였다. 그러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법안은 아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니, 이제부터 우리가 중지를 모아 그 내용을 채우고 보완해 나아갈 것을 다짐하였다.그런데 10‧19특별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다음날(7월 14일), 특별법에 딴지를 걸고 어깃장을 놓는 세
"사실관계도 몰랐다면… 쪽팔려서라도 빨리 기사 내려야"동아일보·송평인 칼럼에 지역사회는 가만히 있을 것인가?글을 쓰려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 쓰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기자는 더욱 그러하다. 동아일보 2021년 7월 14일 자 ‘누가 야윈 돼지들이 날뛰게 했는가’란 칼럼은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는 지역주민을 ‘야윈 돼지’라고 했다. 그는 ‘살찐 돼지’에 불과하며, 왜곡된 칼럼을 반박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실관계란 먼 1948년의 여순항쟁 발발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1948년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
지난 6월 11일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유치관련 간담회가 순천대학교에서 열렸다. 순천대학교 박기영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추진단장이 순천대 의과대학 설립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였다. 간담회에 고영진 순천대 총장, 소병철, 서동용, 김승남, 김회재 국회의원, 허유인 순천시의회 의장, 신민호 의원 등이 참여하였다. 순천대 의과대학 설립타당성 연구는 순천대가 발주해서 서울대 산업협력단, 한국생산성본부, ㈜미래병원경영컨설팅 컨소시엄이 담당해서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전남동부지역 의료현황을 객관적인 통계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오월은 참 좋은 계절인데도 우리에게 악몽 같은 기억들이 떠오른다.아카시아 꽃향기는 최루탄과 화염병 시너 냄새로 아우성과 총성, 아비규환 그 날의 현장이 연상적으로 작용한다. 지난날 5·18 민주 유공자는 갖은 왜곡과 폄훼로 서러운 곤욕을 치렀고 국가유공자로서 허울만 존재했다.40여 년의 질곡의 세월 끝에 민주주의는 좀 더 성숙해져 갔다. 국회에서 5·18역사왜곡처벌법이 제정되었고 사단법인 오월 단체는 공법 단체로 격상되어 민주유공자로서 자존감이 살아났다.매년 개최되는 5·18기념식 행사는 5·18정신계승과 민주화를 위해 장렬히 산화
1920년대 전반기 소작쟁의 가운데 그 당시 반향이 컸던 대표적 사건은 진주군(1922년 9월 발생), 순천군(1922년 12월 발생), 무안군(1923년 12월 발생)에서 발생하였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는 암태도 소작쟁의이고, 이 소작쟁의에 영향을 미친 것이 순천의 소작쟁의였다.순천에서 이런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은 3년 전에 일어난 3·1 운동 때부터 은밀히 조직을 다듬어 단결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도자가 적극적이었던 서면에서부터 1,600명의 농민시위로 시작되었다.당시 순천에서는 소작인 조합이 면이나 리 단위로 조
'로드킬'은 도로상에서 차량에 의해 일어나는 야생동물 교통사고를 이르는 말이다. 생태, 환경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체로 익숙한 용어이다.충북, 경남 등의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마산시나 김해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일찍이, 일명 ‘로드킬 방지 조례’를 통해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예방하고 사체처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로드킬'과 같은 야생동물사고는 생태적 서식환경의 왜곡과 침해 등의 문제는 물론, 도로의 사체 방치로 인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방해하거나, 심리적인 불안감과 불쾌감을 주게 된다.운전자도 법적으로 큰 책
지난해 11월 23일,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 우석홀에서는 매우 뜻깊은 문화행사가 치러졌다. 바로 “2019 여순항쟁 전국창작가요제”(이하 여순가요제). 여순사건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간지 71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날의 아픔을 기리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자는 뜻을 담은 음악행사가 공식적으로 열린 것이다.4‧3항쟁,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아픔을 형상화한 노래들은 참 많이 만들어지고 불러졌으나, 유독 여순사건을 다룬 노래는 많지 않았다. 2003년 전남동부지
우리는 플라스틱시대에 산다.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는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Naphtha)원료로부터 만들어 진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모든 일상용품들은 다 플라스틱과 비닐들이다. 여기에서 나온 환경호르몬이 인간에게 문제를 준다. 플라스틱과 멀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요즈음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여러 가지 불안을 갖고 살고 있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매우 작은 미세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 동물 실험 사례를 살펴보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 생물은 성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생식
지구는 서서히 죽어가는 중이다. UN 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21세기 말 한반도 평균기온은 6℃, 저감 노력이 실현된다면 3.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지구의 멸망은 공상과학에서 말하는 행성 충돌이나 원자 폭발 같은 단기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홍수·가뭄과 같은 방식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고자 했던 그동안의 방식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고 있다. 지금 인류가 겪는 각종 자연재해와 공해, 질병이 그 대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