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간결한 시적 언어와 글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부분을 그림으로 전한다. 글과 그림의 조화는 책을 읽는 이가 딱히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는다. 그래서일까? 그림책을 소개하다 보면 구구절절한 설명이 오히려 감동을 가로막거나 제한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말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 뿐 마음의 울
개 한 마리가 구덩이에 빠졌다. 깊고 캄캄한 구덩이 속에서 ‘로쿠베’가 할 수 있는 건 ‘멍멍’하고 짖을 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로쿠베가 구덩이에 빠진 것을 발견한 아이들은 잠시도 구덩이 곁을 떠나지 못하고 로쿠베가 기운을 잃을까봐 걱정한다. 힘내라고 소리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다. 한 친구의 힘내라고 하는 소리에 로쿠베가 멍멍하고 반응하자 모두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시냐구요.”“넉 점 반이다.”“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유머가 대세인 시대다. 안방극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수다 떨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다수다. 물론 사람들을 웃게 하는 웃음코드는 슬랩스틱에서부터 고도의 정치패러디까지 다양하다. 팍팍한 일상을 한바탕 웃음이 조금은 가볍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우리 일상에서도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건 유머를 가진 사람이 주목받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고양이가 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백 만명의 사람한테 사랑을 받았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것이었고, 한 번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존중 받지 못하고 누군가의 소유물로 살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임금님의 고양이는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어린이를 대할 때는 진지하게, 부드러움과 존경을 담아야 합니다.그들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건 간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모든 어린이의 내면에 있는‘미지의 사람’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이들은‘언젠가는’,‘지금이 아닌’,‘내일’의 사람이 아닙니다. 『야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의 문제를 어른이 대신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오해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어른이 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들만의 옳고 그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이 만든 사회에서 어른과 함께 살면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그들의 기준을 만들어 간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자라면서 지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따르지 않는 것, 불만이 많고 화를 내는 것, 방문을 잠그는 것, 말을 하지 않는 것, 행동이 거칠어지는 것 따위 증세가 나타나면 사춘기라서 나타나는 병이라고 한다. 이런 증세가 주로 중학교 2학년 즈음하여 많이 나타난다고 부모나 교사들은 무서운 중2, 혹은 중2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사춘기(思春期), 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를
아이와 함께 생활하다보면 싫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이것 좀 먹어봐’ ‘싫어!’, ‘숙제부터 해.’ ‘싫어!’, ‘문제집 좀 풀어라’ ‘싫어!’, ‘피아노 연습 좀 하지’ ‘싫어!’, ‘이것부터 하고 놀아야지’ ‘싫어!’ 이럴 때마다 싫다는 말은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하는 말마다 싫다고 대답하니 답답하겠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2015년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여야 102명이 공동 발의해 199명 전원일치로 통과시킨 법이다. 교총회장이라는 사람은 “인성 교육을 법제화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고 하고 있지만, 경쟁과 차별의 교육으로 무너진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법제화해서 가르치고 평가하겠다는 발상에 어처구니 없고 낯부끄럽
어린이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만들어 가는 존재다. 어린이책은 영혼의 성장을 돕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어린이책 작가의 올바른 가치관과 소명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가가 어린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작품에 그려지는 삶의 모습이 다르게 표현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
렝켄은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대해주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해주는 일은 거의 없다. 계속 참고 지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렝켄은 요정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다.“엄마와 아빠를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요. 내 말을 도대체 들어주지 않거든요…”“상대가 한 사람이 아니라서… 나 혼자 두 사
울뚝불뚝한 모습의 무시무시한 큰 칼을 든 사내와 그의 품에 안긴 순진한 얼굴의 어린 여자 아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 상황 조금 당황스럽다.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니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기발한 생각으로 웃음과 재미를 주는 엽기 컨셉도 아니고, 시쳇말로 유행하는 ‘짤’도 아니다. 그림책 『제랄다와 거인』표지다.사람을 잡아먹는
선생님이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나쁜 어린이표’를 한 장 받는다. 건우는 '착한 어린이 표'를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나쁜 어린이표'를 받게 된다. 건우는 결과만 보는 선생님이 야속할 뿐이다. 『나쁜 어린이표』에서 건우는 반장 선거하는 날 반장 후보로 나선다. 하지만 7표만 얻어서 반장이 되지 못한다. 선생님이 후보자가 자기 이름을 쓰는
별장지기 아버지와 달팽이산 아래서 단둘이 사는 ‘소금’이는 주변에 있는 나무, 동물들과 대화를 한다. 서로 말을 주고 받을 뿐만 아니라, 생각을 나누면서 각자 개성과 특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부르면서 관계를 맺고 알아 간다. 소금이는 원래 '남이룸'인데 이름을 잘못 올리는 바람에 '남이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이다. 이름이 맘에 들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찾아 평생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아이가 그것을 찾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소질이 있는지 찾게 해주려고 어려서부터 피아노, 그림, 발레, 바둑, 축구, 수학 등 각종 학원을 보내지만 쉽지 않다.『돼지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
내 동생 내 동생은 2학년구구단을 못 외워서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내 동생 선생님이“야, 니 동생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고개를 숙였다.2학년 교실을 나와동생에게“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 봐.”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교실에 들어갔다.집에 가니 밖에서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놀고 있었다.나는 아무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충격 중 하나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충실하게 따른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안내하거나 지시하거나 가르치는 ‘말’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말’이 힘을 갖지 못하는 사회를 살아야 하다니 정말 아득하다. ‘말’이 힘
제목에서부터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다. 끈기짱! 거북이라니. 느림보의 명사 거북이에게 붙은 이름이니 이야기에서처럼 느리지만 끈기 있는 우리들의 주인공 ‘트랑퀼라’가 성공할게 틀림없는 뻔한 이야기로 짐작이 간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들 줄 아는 작가 미하엘 엔데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기름나무 아래 살고 있
작가는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작가의 눈이 어디에 무엇을 향해 있는지에 따라 작품에 녹아 들어간 알맹이가 다른 이유다. 그러나 문학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일방적인 가르침 때문이 아니다. 작가의 사상이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깊은 울림을 통해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나갈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