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박 사장은 ‘범털’이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 출신인데, 일제 강점기에 창씨개명을 하고 혈서로써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한다. 광복 후에 기업을 일으켜 혼자 오래 해먹다가 부하가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우리 박 여사는 선친처럼 사장이 되기 위해 10년 간 절치부심했는데 치아가 거의 닳아질 무렵 마침내 권토중래하시
최근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 이아무개 씨가 이 명예회장의 상속인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씨는 2004년에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2006년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되었고, 이 명예회장의 가족관계 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식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따스한 봄날, 고흥 남포미술관을 찾아갔다. 김창완의 옛 노래 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나지막하게 따라 흥얼거린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린다. 청춘을 노래하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청승맞다고. 청춘의 세월을 체념하며 구슬프게 넘기고 또 넘어가는 이 노래는 1981년 발표되었다. 한참을 저 멀리 흘러간, 흘려보냈을 노래이다. 아마 80년대에 이 노래를 애창
안순현 순천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페이스북 페이지 ‘그림그리는 생각’ 운영자
봄꽃이 향기롭다. 이 봄날을 가장 반길 사람은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이 아닐까? 1월부터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길거리에서 얼굴 알리느라 참 힘들었을 것이다. 후보와 정당들 말고는 선거를 기다리는 시민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았지만. 선거로 뽑히는 정치인은 사회적 갈등을 제도적으로 조정할 책임자들이다. 그런데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불
요즘 각 당의 공천 심사와 경선후보 선정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 야권연대와 지난 2일에 끝난 필리버스터가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방해)는 의회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이다. 장시간 연설과 규칙 발언 연발,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을 수단으
“‘경제 통합’ 순천시장 찬성, 여수시장 반대, 광양시장 반대” 어느 지역 언론이 정리한 내용이다. 지난 2월 17일 전남 동부지역 3개 시 행정협의회가 열렸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3개 시 ‘경제 통합’과 ‘도시연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행정에서도 연계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을 할 필요가 있다”는 순천시장의 제안에 대한 답변이다.시민들은 과연
“정원과 도서관이 있다면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로마의 문학가요 철학자인 키케로의 말이다.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순천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순천은 하늘이 내린 정원 순천만과 국가정원인 순천만정원이 있어 제법 정원도시답다. 게다가 걸어서 10분이면 만날 수 있는 43개의 작은 도서관을 가진 도시이다. 도서관의 수로 보나 장서의 숫자로 보나
봄소식과 함께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다. 이제, 4월 13일 펼쳐질 20대 총선이 44일 남았다. 그리고 3월 10일부터 3월 20일 사이에 치러질 각 정당의 후보 공천을 위한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을 고려하면, 후보들에게 지금이 제일 중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후보 경선 참여의 문이 당원에게만 열려있는 것이 아닌 만큼 소속 정당은 없지만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최근 정부 발표와 보도를 보면 한국과 북한 모두 군사훈련 일정이 빼곡하다. 예전보다 훈련이 더 강화되어 서로의 핵심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훈련이 포함되어 긴장감이 높아져가고 있다.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오히려 중국의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한국은 3, 4월에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하고
우리가 차 다기로 아까 차를 우려먹잖아요. 지가 뭘 하고 있는 지 잘 모를 거야. 그렇죠? 사람도 자기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나는 지금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걸 알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궁금해 할 수는 있잖아? ‘지금 누가, 나를 쓰고 있는가? 어디에다 나를 쓰고 있는가?’ 그런 걸, 나는 차 다기가 아니니까,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이 지역주의이다. 영호남이 뚜렷이 갈린 구도에 그 결집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청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따라 선거 결과가 정해지곤 했기 때문이다. 망국적이라면서도 정치권력은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악용하는데 몰두했고, 언론도 이 프레임에서만 선정적인 기사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정책선거를 외면해왔다. 그런
강원도의 유일한 예술영화관인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이달 29일을 끝으로 임시휴관하게 됐다. 건물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못할 만큼 재정상황이 악화된 게 휴관의 이유이다. 재작년엔 거제 아트시네마가 문을 닫았고, 작년에는 대구 동성아트홀이 폐관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서울 북촌의 ‘씨네코드 선재’도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 11월 관객들에게 작
어렸을 때 집안 어른들을 따라서 시향(時享)에 참석한 기억이 있다. 많은 음식을 정성껏 차려 석작에 담아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들고 다녔던 기억이 선하다. 어린 마음에 조상들을 섬긴다는 마음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마음에 열심히 따라다녔다. 수루미와 녹두묵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아련하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수업시간과 겹치는 등의 사
나이가 들면 마음도 늙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흔이 넘고 쉰을 지나 환갑이 되어도 첫사랑이 생각나고 이성을 만나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노년기에도 사춘기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어르신이 많다.‘공주님’의 사랑우리가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팔십대 중반의 할머니가 계셨다. 하얀 얼굴과 부드러운 미소, 자그마한 몸이 초봄에 피어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