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계수 농사일기는 이번 호로 컬럼을 중단한다. 그동안 농사일기는 2017년 11월부터 총 30회를 연재했다. 농사일을 농부가 자기 존재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본다면 농사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자본주의를 생산 관계의 측면에서 규정하자면 그것은 자본(가) 이 임금노동(자)을 고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체제이다. 이때 자본가는
[농사일기 - 김계수조합원] 올 봄에 이어 가을에도 순천시에 의해 귀농 교육(정식명은 귀농귀촌길잡이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농촌에 기반을 둔 기초지자체들이 인구 감소로 인해 귀농인 유치에 적극적인 데 반해 우리 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그 동안 귀농인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것이 아쉬웠었다. 이번 일은 경제 성장의 한계와 임박한 기후 재난을 해결
[농사일기-김계수 조합원]이달 초에 태풍 링링이 이 땅을 훑고 지나갔다. 그 이름이 주는 경쾌하고 밝은 느낌과는 달리 녀석은 엄청난 강풍으로 많은 피해를 남겼다. 세력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으나 바람이 워낙 강한 데다 우리나라가 태풍의 오른쪽 반경에 있어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전날 저녁 비가 이미 시작한 가운데 비닐하우스의 측창을 모두 내
김계수 조합원 오래 전에 어느 신부님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방에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로 시작하는 10가지 계명을 적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어느 고명한 가톨릭 성인의 가르침이려니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중국 원명대 선승의 보왕삼매론이라 한다. 가톨릭 성직자가 불교 승려의 말을 귀하게 여기는 것도
[농사일기] 김계수 조합원순천시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넓다. 도시문제와 함께 농촌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외서면에서 18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계수 조합원이 농촌의 일상을 전하는 칼럼을 싣는다. 올 봄에 또 다시 생일을 맞는 내 느낌은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어릴 적 생일은 선물과는 거리가 먼, 어머니가 쌀밥과 미역국으
오늘날 농촌에서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농업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공동체를 이룰 구성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 마을은 셋으로 나뉘어 있어 이웃 두 마을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있는 회관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동네는 모두 8가구가 있는데 거주 인구는 13명뿐이다. 그나마 8명은 일
순천시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넓다. 도시문제와 함께 농촌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외서면에서 17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계수 조합원이 농촌의 일상을 전하는 칼럼을 싣는다. 내 어릴 적 고향마을의 회관은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시설이었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반촌(班村)이었던 고향마을의 회관은 크고 번듯한 기와집
순천시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넓다. 도시문제와 함께 농촌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외서면에서 17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계수 조합원이 농촌의 일상을 전하는 칼럼을 싣는다. 우리 동네는 세 개의 자연 마을로 이뤄져 있다. 낙안으로 넘어가는 지방도를 따라 내가 살고 있는 농소 마을을 중심으로 동쪽에 새마을, 서쪽에는 신기 마
순천시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넓다. 도시문제와 함께 농촌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외서면에서 17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계수 조합원이 농촌의 일상을 전하는 칼럼을 싣는다. -편집자 주- 최근에 문득 내가 한 해에 벌어들인 소득과 소비한 화석연료의 양을 비교해보게 되었다. 배달용 차량에 쓰이는 LPG를 매주 50리터씩 1년에 2,500리
농사일기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의 제목이 좀 생뚱맞다. 그러나 시절이 성탄절 언저리인지라 독자들께서 넉넉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이 제목은 천주교의 예비신자 교리서 〈함께 하는 여정〉의 30개 단원 중 결말 부분에 나온다. 지금껏 천주교 예비신자의 교리 교육은 일방적인 강의식이었지만 이 책은 신자와 예비신자가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삶과 신앙을 함께 나눌 수 있
올해도 김장배추의 정식이 늦어졌다. 기온이 낮은 탓에 늦어도 9월 5일 즈음이면 끝나야 할 일이 한 주 이상 늦춰졌다. 여름 장마에 가물더니 가을장마가 져서 밭을 제때에 만들 수가 없었다. 봄배추 수확 때부터 나 있던 잡초가 높이 자라 있어, 이를 예초기로 치고 말렸다가 태운 후에 밑거름 깔고 땅을 갈아 두둑을 지어야 하는데, 그 시기에 비가 잦아서 일이
추석을 눈앞에 둔 일요일 아침이다. 장마철에 비다운 비 한 번 제대로 뿌리지 못한 게 민망했던지 가을로 접어들면서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던 하늘이 오랜만에 맑고 깨끗하다. 저 아래 쪽 주암호 상류 지역은 가을에 늘 그랬듯 순백의 짙은 안개에 잠겨 있고, 아침 햇살을 받아 곳곳에서 하늘거리며 피어올라 상공으로 스러지고 있다. 객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휴일을
한낮에는 더위가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전해지는 게 폭염이 한풀 꺾인 듯하다. 내일 모레가 모기도 입이 비틀어진다는 처서이니 더위도 계절의 변화를 어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처서는 더위가 한풀 꺾여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으니 조상님 산소에 벌초를 하고 가을 채소를 파종해도 된다는 절기이지만, 모기를 들어 처서를 표현한 것은 옛 사람들에
지난 6월 중순부터 광주 가톨릭신학교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열흘 일정으로 우리 마을에 농촌활동을 왔다. 광주 신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전주와 제주교구 소속 학생들을 뺀 광주교구 소속 2학년 학생 8명이었다. 이들 중 유일하게 농사나 농촌에 대한 경험을 가진 우리 본당(벌교성당) 출신 학생이 우리 지역을 제안했고, 신부님이 이들을 우리 마을로 보낸 것
엊그저께 내가 모내기를 마침으로써 우리 동네 모내기가 마감되었다. 올해 모내기 준비는 처음부터 꼬였다. 볍씨 소독을 함께 하기로 한 낙안의 대농과의 사이에 날짜에 착오가 생겨 볍씨 소독부터 뒤늦었다. 요즘 벼농사에서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키다리병이다. 아마도 유전적 변이로 인해 벼가 연약한 상태로 키만 높이 자라고 쌀로 쓸 수 없는 부실한 열매를 맺는 병
며칠 전 우리 농장의 닭 키우는 것을 견학하겠다는 방문객이 있었다. 보통 한 해에 대여섯 차례 있는 일이다. 이런 일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귀농을 꿈꾸면서 농사의 품목을 탐색하거나, 보다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 하는 현직 농부들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객은 지역 자활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운영자들로서 약간은 특이한 경우다.자활
지난 달 말에 고추 모종을 본밭에 냈다. 100평의 비닐하우스에 600주 남짓 심었다. 고추는 1년 농사에서 가장 먼저 파종하는 작물이다. 1월 말에 씨를 넣고 1주일 후에 움이 튼 후 날마다 아침이면 모판을 덮은 비닐 터널을 걷고, 낮에 물을 주고 저녁에 다시 비닐 터널과 보온 덮개를 덮어주기를 석 달 동안 반복해서 얻은 모종이다. 고추 심을 철이면 종묘
올해는 봄을 대표하는 꽃들이 제 차례를 잃어버리고 한꺼번에 피어올랐다. 매화와 동백꽃이 피는가 싶더니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서로 뒤질세라 꽃망울을 터뜨렸다. 도심 아파트 정원에는 5월에나 한창일 라일락꽃이 벌써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고, 온 산천에 울긋불긋한 철쭉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산자락에는 산벚꽃이 만개해 시절이 아직은 봄이라는 것을 애써 보여주
지금 우리 지역에서는 태양광발전사업의 광풍이 불고 있다. 우리 외서는 전라남도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진 면임에도 최근 2년 사이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세 곳이 이미 들어섰다. 또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한 군데 있고, 사업이 신청되어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두 건이다. 모두 지역민이 아닌 외부 사업자들이 하는 일이다. 지역민 중에서도 사업을
설을 쇠고 정월 초이레와 여드레 이틀간 보름굿으로 마당밟이를 했다. 올해는 설이 늦게 들어 대보름 무렵이면 농사일로 바빠질 거라는 걱정에 더해 여기저기서 상쇠로 뛰어야 할 강사 선생님의 바쁜 일정이 겹쳐 날짜를 앞당겨 마당밟이를 하게 되었다. 마당밟이는 음력 정초에 지신을 진압하여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민속놀이이자 마을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