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 방송사를 포함한 12개 미디어 매체에서 1인씩 선정된 정치부 기자들이 자율주행 차를 타고 입력된 장소로 왔다. 12개의 다른 통로로 들어와 입구에 놓인 가면을 쓰고 방담장에 입장했다. 한 주의 사건, 사고 중 하나를 선정해서 코믹하게 엮어내는 이벤트성 뒷담화 프로다. 투표율 27.3%, 역대 최저인 22대 대통령 선거가 채택되었다. 대선 2일 후 5시간 방담이 이뤄졌다. 돌아갈 때 다시 보안 프로그램이 제공되어 참여 기자가 드러나지 않게 배려했다. 방담 내용의 보안 통제 2일 뒤 51분짜리로 편집돼 나갔다. 시청률 2%에 제작
“‘GS파크24’를 100% 인수했다던데, 이번엔.”국감 증인으로 세 번이나 부른 걸 지나치다고 힐난하던 기사를 떠올리며 족발집 강 사장이 카카오(Kakao)를 들먹인다.“독과점 논란으로 주춤하더니만.”개인택시를 모는 현우는 카카오T에 가입해서도 콜이 늘지 않았다. 이용료만 올리고 원성이 거세지자 그나마 지난 정기국회에서 따진 게다. “골목상권 다 잡아먹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행태야.”강 사장은 족발집까지 카카오가 치고 들어오면 갈아타야 하나? 염려를 내려놓지 못한다. “이용료 받지 않다가 가입 택시가 80%까지 늘자 이용료를 내라
음계도 없이 명창 선생님 선창에 잘도 따라부른다. 예닐곱이 3, 4년 넘게 배워온 판소리동호회다. Q는 일테면, 학습 부진아다. 따라부르기도 여태껏 제대로 못한다. 들어가는 1박을 늘 놓친다. 7박은 애당초 잊은 듯 9박에 맞추니 이 중머리도 아니고 저 중머리는 더욱 아니다. 박은 젬병인데, 소리통은 그나마 괜찮다는 평이다. 정작 Q는 느긋하다.“‘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떼는 소리로 짝∼ 짝∼ 허드니마는’”“‘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떼는 소리로 짝∼ 짝∼ 허드니마는’”“‘허드니마는’을 올려야지, 내려가면 안 되지요. 다시요.”“
“좀 더 있으면 안 될까?”최 원장의 귀국행이 순조롭지 않다. 남편의 작품 구상 때문이다. 백신 접종도 문제 중 하나다. 자국민 우선 접종을 고집하는 나라가 포르투갈만 아니다. 백신 접종을 앞당길 뾰족한 수가 달리 없다. 최 원장은 외국인이어도 의료인인 까닭에 앞순위에 배정되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남편은 무접종으로 귀국해 2주 자가격리면 될 터이다. “한국에서 개원 날짜까지 잡혀 있잖아.”조카를 시켜 병원 간판도 새로 내걸고, 순천만 부근의 오래된 한옥을 사서 수리도 끝냈다. “구상 단곈데, 작업 환경이 바뀌면 안 될 것 같아서
“지난달보다 덜 썼네요.”“이거 드세요.”전기 사용량 검침을 오거나, 우편물을 배달하러 산속 나 홀로 집까지 오는 건 번거로운 일인지라, 뭔가를 대접하곤 했다. 사람이 그리운 연유이자 배려였다. 해서, 검침원이건 배달원이건 소소한 정담 나누는 관계 형성은 되어 있다.“마침 목이 좀 말랐는데.”솔순효소 탄 물 한 모금 마신 검침원 김 씨가 덧붙인다. “목요일에 스마트 미터기 설치 작업반이 올 겁니다.”“그게 뭔데요?”“원격측정 전력계량긴데요,”설명인즉, 소비자와 전력회사 간 쌍방향 통신도 가능하면서 전기 사용량 또한 실시간 확인할 수
정지선을 막 넘자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힐끗 주위를 살피고 사거리로 들어섰을 때 클랙션을 세게 때리며 진짜 갖고 싶은 외제차가 달려들었다. “야이, 거지 쌔꺄. 디질라고 환장했냐.”“X새끼, 쌩까고 있네.”핸들을 인도 쪽으로 꺾으며 욕설을 날렸다. 간발의 차로 피했다. 행인들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준영은 유유히 속도를 높인다. 세 개의 겹치기 주문에 배달통이 꽉 차 있다. 밀리지 않아 다행이다. 주문자들은 10여 분 늦었어도 도로 사정이 나빴다며 먼저 사과하면 대개는 봐주고 넘어가지만, 음식물이 흘렀거나 식어버리기까지 했으면
담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비대면 졸업식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됐다. 2.5 단계로 상향 조정되어 1, 2학년 대표 학생들 참석도 없애고 졸업생 중 학생회 임원과 수상 대상자 가운데 최소 인원만 참석하는 랜선 졸업식으로 바꿨단다. 불참 졸업생들에게 졸업장과 상장 등을 학교에서 일괄 우편 발송한단다. “참석해야지. 공로상도 받고.” “공로상을 제가요?” 으레 학생회장에게 주는 상이지만 대외적으로 학교를 빛낸 공적이 아주 많아 기우 또한 받게 된 거라며 추켜세운다. 기우는 비대면으로 치러진 전통 있는 전국 학생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그런데 이뤄졌다. 회사 내 동아리는 이형기 대리와 주 과장이 주축인 ‘가투’가 그나마 활성화되어 있다. ‘가치 있게 투자한다’는 주식투자 동아리다. 회사는 동아리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나, 기대만큼 활발하진 않다. 이 대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주식시장이 강세장인 터 공부 필요성이 있다며 회사에 일타강사를 초빙 요청했다. ‘가투’와만 좌담 형식으로 초일류 컨설턴트와 만나게 되었다. 파격이라 여겼지만 회사 논리는 분명했다. 복지 에센스라는 거였다.“열두 분 앞에서 강의하기는 첨입니다. 대기업이라지만
밤중에 문자가 떴다. 청첩장이다. 추근대더니 이제 떨어졌네, 했다. 시원섭섭한 마음을 죄 내려놓을 순 없겠다. 임 팀장이 올 초, 홍보부서로 오고부터 한 달에 두 번 티타임을 갖곤 했다. 임 팀장은 부서원들도 느낄 만큼 내게 관심을 표명했다. 추행이니, 하는 따위는 아니었지만 일면 작업이라 여기기에 충분할 만큼 추근댔다. 3년째 업무계약 체결을 한 프리랜서